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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국구 한가위 송편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08-09-13
첨부파일 조회수 2581






어제 저녁,

불린 쌀을 방앗간에 가서

떼를 써가며 4번 빻아 놓고 나니

종이장처럼 얇긴 하지만 철판처럼 딱딱해졌다.

맘씨 좋은 처사님,

걱정되시는지

아무 말씀도 없이

가루 내는 기계에 넣고

곱게 갈아주셨다.

감사!

 

새벽부터

당근, 비트, 치자 등을 넣고 치대어

잘 반죽해 놓고

7시 반부터 송편 운력.

 

서울에서 오신 스님,

콩알만한 옹심이에

콩이나 밤, 깨를 박고

한 손으로 쥐고는 다른 손가락으로 세로로 꼭 쥐어

세 마디씩 탁탁 찍어내신다.

 

전라도에서 오신 스님,

송편은 반달 모양이어야  한다며

부채꼴로 틀을 만들고

부채살을 정성스럽게 펼쳐놓으신다.

 

경상도 스님,

맞아, 반달이어야지, 하시며

부채살을 다 펴지 않은 채

조가비 모양으로 입을 앙 다물게 하시고

부채살 양 밑을 살짝 눌러주는 센스.

 

그러고 보니

강원도, 제주도, 충청도 스님들 하시는 것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네.

다음 추석에는 꼭 배워봐야지.

 

오색으로 빚어진 송편을 보니

오랜 만에 고향 생각이 난다.

..... 그러나 우리에게 고향이 무엇이런가.....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놓고

떠난 고향.....

 

가끔은 그 옛날

가족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기억의 편린으로

의식 위로 떠오르긴 하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걸망 하나 짊어지고

주유천하 하다보니

.

.

.

고향 아닌 곳이 없더라.

 

올 한 해도

이곳

마음의 고향 내원사에서....

송편 하나 오물거리며

화엄벌 쪽에서 솟아나는

둥그런 달님 환한 웃음 맞이하겠구나....

 

모두 信나는 추석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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