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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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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즈녁한 두 분과의 시간-혜남스님, 명정스님과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08-09-14
첨부파일 조회수 3587

영축총림 통도사 전계사이시며 율주이신 혜남스님,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장이신 명정스님.

오늘 좋은 인연이 되어 두 분을 이곳 내원사에 모시게 되었다.


오른쪽부터 선원장스님, 전계사스님, 내원사 주지스님(극락암 원광재에서)

 

오신다는 연락을 듣지 못해 소찬에 된장찌게를 끓여내니

옛날 맛이라며 즐거워 하신다.

 

나주 불회사에서 만든 약차를 드리려니

선원장스님께서 당신이 직접 뽑아주시겠다고 하신다.

뜨거운 물 약간에 차가운 물 많이(2 : 8 정도)

차를 우려내어 정성스럽게 한 잔 한 잔 따라주시니 송구스럽기만 하다.

 

내원사에는 예전에 어른(경봉스님)을 모시고 다니던 그 기억이 아쉬워

발걸음을 하기가 어려우셨다는 선원장스님의 말씀에

스승에 대한 지극한 향심(向心)과 함께

근원적인 뿌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 그 자리에 동석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을 겁니다.......

(평소 걸림이 없는 언행을 하시면서도 결코 내비치지 않으셨던 속내가

그 말씀 끝에 보일듯 말듯 내뱉으신 한숨 속에서 느껴져

순간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선원장스님의 짖궂은 말씀에도 아랑곳 않으시고

묵묵히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계시던 전계사 스님의 말씀 한 마디,

"예전 법주사 강주를 할 때

그곳 트럭이 오래 되었는지

곧잘 고장이 났었지.

한 번은 일을 보고 오려는데

또 고장이 난 거야.

그래,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서

주지스님한테

'내가 참선을 안하니

트럭이 대신 참선을 합디다.'

하니 그 다음날로 바꿔 주더군."

참, 스님께서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힘이 있으셨다.

이 한 말씀으로 큰스님들과 동석한 우리들의 긴장을 풀어 주셨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다 갑자기 조실방을 보고 싶다고 하신다.

(앗, 오늘 방 치워두길 잘했군. 평소엔 서류 뭉치로 발디딜 틈도 없었는데....)

마루에 걸려있는 경봉선사께서 쓰신 무진장과 파초선실이라는 편액을 보시고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 하신다.

특히 파초선실의 각은 선원장스님께서 직접 하셨다며 의미있는 눈길을 보내신다.




구하큰스님, 경봉큰스님과 향곡큰스님, 월하큰스님께서 조실로 계실 때 쓰셨던 방에서...

(원담큰스님, 진제큰스님께서도 내원사 오시면 항상 이 곳에 머무셨다.)

 

당대의 큰 스님들께서 머무셨던 조그만 방(이 채는 수옥노스님께서 건립하신 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상당히 고풍(?)스러움)을 보시며 두 분 큰스님께서

'예전엔 아무리 큰스님이어도 이런 방에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학인들을 제접하셨는데,,,,,'

라며 옛 일을 회상하신다.

 

이어서 선방으로 안내를 해드렸는데,

선나원의 주련을 보시고

두 분이 이구동성으로

경봉스님의 필체라고 하신다.



 

화정루의 주련은 홍경스님,


 

화정루 현판은 허백련거사,


 

선해일륜 현판은 구하노스님,....


 

그런데,

입선 시간이 아닌데도

큰방에 몇몇 스님들이 참선 중이시다.(요즘 가을 산철 결제 기간 중이다.)

두 분 모두

'정진대중을 방해하면 안 된다.'시며

멀찍이서 법기보살님께 두 손 모두시고

자리를 뜨신다.

 

연세가 있으신데다 원체 몸이 안 좋으셔서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연신 콧물을 닦아내시는 두 분 스님들,

그 무상한 세월 속에서도

부처님 말씀대로 따라온 시간들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해주셨던 인연,

잊지 않겠습니다.

 

법체 강건하시고

발길 닿으시면

언제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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