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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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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8년 김장운력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08-12-15
첨부파일 조회수 2833

올해는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김장이 많이 늦어졌다.

보통은 결제하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날씨가 추워지기를 기다리다가 가행정진 시작하기 전에 하게 되었다.

12월 2일, 점심을 단단히 챙겨 먹고 자원봉사 보살님들과 용연 마을에 있는 배추밭에 트럭과 봉고차를 나눠타고 출발!

 

 

작년보다 늦둥이인 배추들인지라 밭에서도 적당한 크기를 골라 밑둥을 자르고 일단 입구쪽으로 날랐다가 겉잎을 정리해 트럭에 싣기로 했다.




일차로 트럭에 오백포기 정도 실어 보내고 일부 스님들을 먼저 가게 하여 배추를 쪼개어 소금에 절이는 작업을 하게 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다시 선별작업과 겉잎 정리하는 운력을 했다.

그래도 트럭이 돌아오지 않아 밭을 돌아다니며 묶었던 끈을 주워 정리를 하고...

2차분 트럭을 실어보내고 봉고차에 나머지 스님들을 모두 태우고 내원사로 귀사!

절에 가보니 2차분만 남겨놓고 거의 다 소금에 절여 놓고 있었다.

우리가 워낙 늦게 와서 저녁 공양 전에 끝내기 위해 열심히 손을 놀려야 했는데,

정신없이 하다 보니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참, 배추를 가를 때 밑둥 쪽에서 정중앙으로 수직으로 칼집을 내고 두 손으로 양쪽을 잡고 찢어야 한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참고로 3번 정도 씻은 후 소금에 절일 때는 밑둥 쪽에만 소금을 한 옴큼씩 뿌려(작년까지는 속잎까지 들춰가며 다 소금을 뿌렸는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걸 이번 운력을 통해 알았다) 차곡차곡 재는데 절단된 속면을 위쪽으로 하여 한 줄을 깐 다음 소금 한번 위에서 휙 뿌리고 다시 배추 한 줄 잰 후 소금 뿌리고 마지막에 남은 소금물을 부어주기도 한다.

오늘은 공양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늦춰져 6시에 저녁공양을 했지만 함께 운력했던 스님들이 너무 재미있는 분들이어서인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저녁 9시 상,중,하 수곽과 큰 고무통에 재워 놓았던 배추들을 뒤집는 작업을 하였다.

두런두런 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중무장을 한 상판과 중판 스님들이 고무통의 배추부터 옮기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하판스님들 조금이라도 쉬라고 배려해 주시는 그 마음씀이 참 고맙다.

내일 아침 공양 하고 바로 씻으려면 수곽을 미리 비워야 하므로 수곽 옆으로 갓바를 치고 소금물이 빠지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고 하수곽의 것을 먼저 위에 것부터 한 켠으로 쌓아 놓았다. 그리고 상,중 수곽의 위쪽에 있는, 채 절여지지 않은 생(?)배추들을 갓바에 죽 깔고 잘 절여진 배추가 위쪽에 오도록 재어 나갔다. 그리고도 공간이 모자라 결국 하 수곽에도 하나 더 재기로 했다. 스님들이 많아서인지 30분 정도 되니까 900여 포기의 김치가 모두 위치 변환이 이루어졌다.

다음 날 아침, 공양하고 7시쯤이 되자 드디어 씻는 운력.

상판 스님들은 무우와 갓 썰기 운력,

중,하판 스님들은 하 수곽을 먼저 비우고 상,중,하 수곽에 물을 채우고 본격적으로 삼단계 씻기 작업을 하였다.

각 수곽에 4명이 올라가고 나머지는 절인 배추 옮기기, 씻은 배추 옮기기, 옮겨진 배추를 5도 정도 기울여진 평상에 쌓기(물을 빼기 위해서) 등등, 각각 일을 분담하였다. 물론 수곽 작업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교대로 해야만 했다.

수곽에 올라가서 열심히 배추를 씻다가 비옷을 입지 않아서 적삼이 젖는다고 현장에서 쫒겨나 평상에 재기 전 꼭지 따는 작업을 했다.

어느 덧 참 시간(9시),

대중의 힘이 무섭긴 하다. 2시간 만에 씻는 공정이 다 끝났으니 말이다. 써는 운력을 다 마친 상판 스님들이 합류해 주셔서 더욱 일찍 끝난 것이다.


점심 공양을 하고 바로 비비기 작업.

맛있는 속을 준비하고




각자 자리를 잡고 배추 잎잎마다 속을 정성껏 넣고 겉잎으로 잘 싼다.




음, 이번 양념은 조금 하얗게 되긴 했지만, 간은 딱 맞는다.


비벼진 배추는 정려헌 옆에 묻어둔 장독과 김치 냉장고에 저장된다.

아마도 다음 봄까지는 우리 스님들, 밥상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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