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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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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세의 과보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2-05-07
첨부파일 조회수 2835

과보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금생에 저지른 악한 짓에 대한 과보를 금생에 받는 것,

둘째는 금생에 저지른 악한 짓에 대한 과보를 바로 다음 생에 받는 것,

셋째는 금생에 저지른 악한 짓에 대한 과보를 바로 다음 생에 받지 않고 수많은 생을

지낸 뒤에 받는 것이다. 선행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을 삼세설(三世說)이라 한다.

과보에 이렇게 더디고 빠름이 있는 것은 저마다 그럴 만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흉악한 죄를 저지른 이가 그 과보도 받지 않거니와, 심지어는

전에보다 더욱 융창해지는 것을 보고는 분통을 터뜨리며 불평한다.

이것은 삼세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뒤의 두가지 과보는 눈앞에서 직접 보거나 겪을 수 없는 것이고 보니, 사람들은 오직

현세의 과보만을 중히 여긴다. 이에 내가 현세에 과보를 받은 몇가지 사례를 적어

보려 한다. 이 이야기들은 내가 직접 목격한 일들로서, 남에게 전해들은 것이 아니다.

 

종을 매우 사납게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종들에게 매질을 하는 데, 걸핏하면

몇백대에 이르곤 하였다. 하루는 종 한사람을 끌어다 목은 동쪽 기둥에 묶고 발은

서쪽 기둥에 묶어 꼼짝할 수 없도록 해 놓고는 쉬지 않고 심하게 매질을 하였다.

그의 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고 크게 노하여 얼른 가서 풀어 주고는,

" 빨리 도망해라. 그 놈이 만약 네가 도망한 것을 관에 고하면, 나는 그 놈이 애비의

뜻을 거역한 것을 고하겠다."   하여 그 종은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뒷날 이 사람은 집안이 기울어 제 아들을 남의 집에 팔아 버리고 저는 시골 관청의

문지기가 되었다.

또, 어떤 사람은 마치 관아에서 죄인을 다루듯이 평생 사람에게 매질을 하더니, 나중에

관의 형벌을 받아 감옥에서 죽었다.

평범한 아낙으로서 낭비가 극심한 사람이 있었는데, 늙은 뒤에 자녀가 다 죽어서 의지할

곳 없이 삯바느질로 겨우 살아갔다.

벼슬살이하던 귀한 집 자식으로서 교만하고 사치한 사람이 있었는데, 쓸데없는 곳에

돈을 뭉텅뭉텅 뿌리고 다니면서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르더니, 나중에 어떤 동냥중을

따라다니면서 사방으로 밥을 빌고 다녔다.

어떤 사람은 천신(天神)의 상을 때려 부수고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더니, 나중에 마을

사람들에게서 매를 맞고 병들어 죽었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과 성현을 욕하고 헐뜯음이 사람들이 차마 귀로 들을 수 없을 지경

이었는데, 나중에 외지에서 객사하여 돌아오지 못하였다.

어머니가 재산을 제게 모두 넘겨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어머니가 모시고 있던 관음

보살의 한쪽 팔을 분질러 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뒷날 호당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고 거의 줄을 뻔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딸 일곱과 아들 일곱을 보았는데, 딸은 낳기만 하면 곧 바로 물에 빠뜨려

죽여 버렸다. 그런 뒤에 아들 일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모두 죽고 말았고, 마침내

늙은 부부만 서로 붙들고 울며 세월을 보낼 뿐이었다.

또 출가한 스님 몇 사람은 아망이 탱천하여 서로 잘난 척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의견

을 무턱대고 꾸짖고 비방하며, 심지어는 선철(先哲)들까지도 무시하여 함부로 헐뜯고

비방하더니, 모두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고, 그 가운데 어떤 이는 몹쓸 병이 들어 죽기도

하였다.

우선 이러한 사실을 적어 오만함을 경계하노라

 

운서주굉 스님의 <죽창수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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