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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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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랜 습기는 끊기가 어려우니...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2-06-16
첨부파일 조회수 2607

범부는 비롯함이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섯갈래(五道)를 헤매면서

나고 죽되 " 나라는 관념(我相) " 에 굳게 집착하여 오랫동안 망상과 뒤바뀜과 무명의

씨알과 습기가  한데 어울려 성품을 이루었다. 비록 금생에 이르러 제 성품이 본래

비고 고요하여 부처와 다름이 없음을 단박에 깨달았을지라도, 그 오랜 습기를 갑자기

끊어 없애기 어렵다. 그러므로 역경과 순경을 만나면 성내고 기뻐하며, 옳으니 그르니

하는 생각이 불길처럼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며, 객진(客塵)번뇌가 이전과 다름이 없다.

만약 지혜로써 공들이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무명을 다스려 크게 쉬는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어떤 이가 ' 단박에 깨달으면 비록 부처와 같지만, 많은 생애의 습기가

깊으니, 바람은 멈췄으나 물결은 아직 출렁이고, 이치는 나타났으나 망념은 그래도

침노한다.' 라고 한 말과 같다.

또 대혜종고 선사도 이르기를 ' 때때로 영리한 무리들은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

이 일을 깨닫고는 곧 아주 쉽다는 생각을 내어 다시는 닦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내면 여전히 흘러 다니면서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고 하였으니, 어찌 한 번

깨달았다 하여 뒤에 닦는 일을 버려 두어서야 되겠는가?

그러므로 깨달은 뒤에도 언제나 비추고 살펴보아 망념이 문득 일어나거든 결코 따르지

말라. 덜고 또 덜어 하염없음(無爲)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궁극적인 깨달음(究竟)이 되는

것이니, 천하 선지식의 깨달은 뒤 소 먹이는 수행(牧牛行)이 바로 이것이다.

비록 뒤에 닦는다 하나, 망념이 본래 비고 심성이 본래 깨끗한 것임을 먼저 단박에

깨달았으므로 악을 끊어도 끊을 것이 없고 선을 닦아도 닦을 것이 없으니, 이것이

참다운 닦음이며 참다운 끊음이다. 그러므로 ' 온갖 행을 고루 닦더라도 오직 무념(無念)

으로써 근본을 삼는다' 고 하였다.

 

- 보조 지눌선사 의 수심결(修心訣)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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