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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 및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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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부를 하되...
작성자 내원사 등록일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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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되 미혹한 채 깨달아지기를 기다리지 말라.

마치 사람이 길을 갈 때에 길 위에 멈추어 있으면서 집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면 끝내

집에 도달할 수 없고, 반드시 걸어가야 집에 도달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만약 미혹한 채

깨달아지기를 기다린다면 끝내 깨달을 수 없나니, 반드시 애써서 부딪쳐 깨달아야 할 것

이지 깨달아지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공부를 하되 향상되지 않는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향상되지 않으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향상되지 않는다고 곧장

퇴각하는 북을 친다면 설사 백겁이나 천생을 지낸들 어찌할 수 있으랴!

 

공부를 하되 시끄러운 곳을 피하고 고요한 곳을 찾아서 눈을 감고 귀신의 굴 속에 앉아

살길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옛사람이 말한 " 흑산(黑山)밑에 앉으니 사수(死水)가

스며든다."는 격이니, 무슨 일을 이루랴! 다만 경계와 반연 속에서 공부를 해나가야

비로소 이것이 힘을 얻는 곳이다. 화두 한 구절을 문득 일으켜서 눈썹 위에 두어, 가거나

앉거나 옷을 입거나 밥을 먹거나 손님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거나 간에 오직 화두 한 구절

의 해답만을 밝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세수하다가 콧구멍을 만지듯이

원래부터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공부를 하되 남이 설파(說破)하여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설파하여 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끝내 남의 것일 뿐,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마치

어떤 사람이 장안으로 가는 길을 물을 때에 길만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장안의 소식까지

물어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가 장안의 소식을 낱낱이 설명하여 준다 하더라

도 그것은 끝내 그가 본 것일 뿐,  길을 물은 사람이 직접 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힘써 수행하지 않고 남이 설파하여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와 같다.

 

- 박산무이선사의 선경어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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